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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여는 첫 예산안’을 기치로 한 이번 연설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가 제출한 첫 본예산 시정연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 방향으로 우선 AI 투자 확대를 첫 번째 과제로 꼽으며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 10조 1,000억 원을 편성했다.”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2조 6,000억 원을,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 5,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AI 고급인재 1만 1,000명을 양성하고, 고성능 GPU 1만 5,000장을 추가 확보해 정부 목표인 3만 5,000장을 조기에 달성하겠다.”라며 “로봇·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AI 대전환을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 원을 투입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 피지컬 AI 거점을 조성하고, 공공 분야 AI 도입도 확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최대 부동산 대체 투자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 12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LP) 100여 명을 초청해 ‘디지털 인프라 IR Day’를 개최하고 ‘AI 시대’ 디지털 인프라 투자의 핵심 기준으로 ‘전력 접근성’을 제시했다. 수도권 전력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전력 인프라를 확보한 부지의 희소가치가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행사는 ‘생성형 AI(Generative AI) 시대’의 도래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를 진단하고, 이에 대응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선제적 투자 로드맵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이철승 이지스자산운용 리얼에셋부문 대표는 “우리는 AI와 디지털 인프라라는 지난 100년간 가장 큰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 변화의 초입에 서 있다.”라며 “투자의 거대한 재편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펀더멘털의 최상위는 전력(Power)과 데이터, 네트워크이며 전력이 새로운 입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최자령 전략리서치실장은 글로벌 자본의 흐름을 분석하며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한국 시장은 수도권 집중화와 전력 공급 병목으로 인해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전력 확보가 화급(火急)한 급선무(急先務)라는 방증(傍證)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국내 인공지능(AI) 전문 인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인력 수급이나 임금 보상 등은 여전히 세계 주요국에 미치지 못해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월 5일 발표한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AI 기술 보유 인력은 약 5만 7,000명으로 지난 2010년보다 2배 넘게 늘었을 만큼 증가 속도도 빠른 편이다. 특히 AI 인력의 58%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일 정도로 고학력이고, 클라우드(41%) 머신러닝(40%) 딥러닝(17%) 신호 처리(11%) 등 AI 중요 기술 인력 비중이 높다. 하지만 미국(78만 명), 영국(11만 명), 프랑스(7만 명), 캐나다(7만 명) 등 주요국에 비해 부족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런 데다 임금 보상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국내 AI 인력의 임금 프리미엄은 지난해 기준 6%로 미국(25%), 캐나다(18%), 영국(15%)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국내 AI 인력의 임금 프리미엄이 주요국보다 낮은 배경으로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와 제한적인 보상 구조가 국제 인재 경쟁에서 한국의 약점을 키우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해외 인력 유출은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한국인 AI 인력 중 약 1만 1,000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해외 이직률도 1.4%로 다른 직군보다 0.6%포인트 높았다. 한국인 AI 인력의 해외 근무지는 미국이 6,300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은행은 낮은 보상이 해외 이동성 증가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AI 인력의 평균 연봉은 6,000만~1억 2,000만 원 정도인데, 미국은 2억~3억 3,000만 원에 달한다. 특히 미국은 신입 박사급도 초임이 4억 원 내외에서 시작하며, 최고급 인재는 수십억 원을 받는다. 반면 한국은 최고급 인재라도 임원급 이상 연봉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해외 유명 대학교 교수나 글로벌 빅테크 출신을 영입할 때도 10억 원을 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우수 인재일수록 해외 진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파격적 보상이 이뤄질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최고급 인재를 지키기에는 한참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기업에서는 최고 인재 유치를 위해 연공서열을 과감히 폐기하고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을 서둘러야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인력 양적 확대 정책보다는 질적 고도화와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세제 등 각종 지원을 포함한 인재 육성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4년 기준 165곳으로 미국(5,427개)은 물론이고 독일(529개), 중국(449개), 일본(222개)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이대로라면 AI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글로벌 각축전에서 낙오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해 보인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7월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도 재심의를 기다리는 처지다. 지방자치단체의 몽니와 낡은 규제 등에 발목이 잡혀 건립부터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지자체 인허가를 받는 데만 1년 반 이상이 걸릴 정도로 더디다. 반대 주민을 설득하고 협의체 등을 꾸리느라 1년 5개월 넘게 인허가를 받지 못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첨단 데이터센터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기존 「건축법」과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의 각종 규정을 따라야 하다 보니 인허가가 지연되는 사례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수도권의 한 데이터센터는 주차장 부지확보 문제로 인허가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상주 인력이 적고 방문객이 없는데도 시설면적 400㎡당 주차장 1대 설치를 의무화한 「주차장법」을 따라야 하는 탓이다. 인허가 이후에도 전자파와 정전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진통을 겪는 데이터센터가 수두룩하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에서 건설 인허가를 받은 데이터센터 33곳 중 절반 이상이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표심을 의식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대 주민들에게 편승해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건립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걷어내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합리적 인센티브를 마련해 지역사회 갈등을 중재하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할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 건립에 시간을 허비할수록 ‘AI 3대 강국’은 요원할 뿐만 아니라 신기루에 그칠 가능성만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AI 3강’ 도약을 위한 글로벌 행보를 이어 왔다. 블랙록, 오픈AI, 엔비디아에 이르는 협력을 통해 AI 생태계 전반의 역량을 강화해 왔다. 이번엔 일본과도 인공지능(AI) 협력의 물꼬를 텄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월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일 간 AI 분야 협력이 중요하다.”라며 손정의 회장의 가교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손정의 회장은 인간 두뇌보다 1만 배 뛰어난 ‘초인공지능(ASI │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을 “다음번으로 임박한 기술”로 소개하면서 이에 대한 준비를 이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특히 “ASI 구현을 위해서는 막대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부작용으로 전력 확충에 차질을 빚은 우리에게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최태원(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2월 5일 열린 대한상의·한국은행 공동 세미나에서 “한국이 현재의 글로벌 AI 경쟁에 제대로 뛰어들려면 7년 안에 20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LG 이홍락 AI 연구원장은 기업 내부 AI 전문인력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한국은행 연구팀은 AI 인력에 대한 국내 임금 프리미엄이 다른 주요국보다 낮아 인재 해외 유출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AI 기본법을 비롯한 현행 규제 체제가 AI 도입을 통한 잠재성장률 상승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과감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정부는 일본의 손정의 회장과 우리 경제계가 전하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허투루 듣지 말고 받아들여 정책으로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AI의 두뇌인 반도체를 제조하고 운용하는 데 필수불가결(必修不可缺)한 전력을 충분히 확보해야만 한다. 신규 원전 건설을 비롯한 전력 인프라 증설을 빨리 결정하는 게 전력 확충의 지름길이자 첩경이다. 인재 육성도 시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더 열심히 일하고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AI 인력들이 기업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이는 주 52시간 근무제 및 경직적 임금체계처럼 획일적 노동 규제와 시장 환경을 과감히 혁파하고 개선해야만 가능하다. 막대한 AI 개발 자금을 민간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金産分離 │ 은행이 산업 자본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AI 3대 강국’ 비전은 이런 방안들이 복합적으로 잘 조합되어 뒷받침돼야만 실현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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